비트코인이라는 낱말은 서로 다른 셋을 가리킵니다.
첫째, 비트코인 네트워크입니다. 공개된 규칙(프로토콜), 그 규칙을 검사하며 장부 사본을 들고 있는 전 세계의 노드, 그리고 2009년 1월 3일 첫 블록부터 이어져 온 장부 자체를 합친 이름입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의 인물이 2008년 10월 31일 아홉 쪽짜리 논문으로 설계를 공개하고 이듬해 첫 블록을 만든 뒤 2010년 12월 공개 활동을 끝으로 사라졌습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특정 회사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둘째, BTC, 즉 자산입니다. 그 장부 위에 "이 주소 앞으로 얼마가 들어왔고 아직 나가지 않았다"고 적힌 잔고입니다. 규칙상 총량은 2,100만 개를 넘을 수 없고, 1개는 1억 사토시로 쪼개집니다. 홀더가 실제로 가진 것은 이것입니다.
셋째, 산업입니다. 채굴 회사, 거래소, 수탁 회사, ETF 운용사, 비트코인을 재무제표에 올린 상장사가 여기 속합니다. 이들은 전부 주식회사이고 최고경영자가 있으며 파산도 하고 소송도 당합니다. 네트워크에는 그 무엇도 없습니다.
마을에 주인 없는 공용 장부가 하나 생겼고, 그 장부의 숫자가 상품권처럼 쓰이게 됐으며, 그 장부 곁에서 장사하는 가게들이 잇달아 문을 연 것입니다. 셋은 깊게 얽혀 있지만 분명히 다른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