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의 13F는 기관이 분기 말 신고한 미국 상장 증권 잔고를 보여 주는 공시다. 기관명·수량·평가액·풋·콜 표시는 확인할 수 있지만 보유 목적과 전체 위험 노출, 현재 보유량은 알 수 없으므로, 해당 기관 명의의 신고 대상 계정에 ETF 잔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이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으로 보는 일은 해석이다.
ETF가 만든 문은 어느 방향으로 열려 있나
현물 ETF가 생기기 전에는 비트코인 거래소와 지갑을 직접 다뤄야 했다. ETF가 상장된 뒤에는 운용사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지분을 일반 증권 계좌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접근 경로가 달라졌다.
구조는 이렇다. 투자자가 거래소에서 ETF 주식을 사고팔고, 지정참가회사는 큰 바스켓 단위로 주식을 만들거나 없앤다. 그에 맞춰 신탁 안의 비트코인 수량도 조정된다.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은 같다.
문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다. 2024년 1월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된 뒤 옵션, 은행 수탁, 실물 설정·환매처럼 서로 다른 제도가 차례로 붙었다. 아래 연표가 보여 주는 사실은 승인 한 번으로 모든 기관의 접근 조건이 동시에 같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로가 넓어져도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설정이 환매보다 많으면 신탁의 코인 수량이 늘고 반대라면 줄어든다. 문은 양방향이다.
13F의 날짜는 왜 현재가 아닌가
13F는 일정 규모 이상의 미국 상장 증권을 운용하는 기관이 분기 말 보유 내역을 신고하는 서식이다. 2026년 9월 현재 SEC 안내 기준으로 신고 대상 여부는 운용하는 지정 증권의 규모와 제출 요건에 따라 정해지며, 분기 말 잔고는 그 뒤 최대 45일의 제출 시차를 가질 수 있다. 공시가 나온 날의 잔고는 아니다.
서식에는 롱 포지션과 보유한 풋·콜 옵션이 표시된다. 공매도와 매도한 옵션, 장외 파생상품은 같은 표에서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고객 주문을 처리하다 남은 재고인지도 적히지 않는다.
빈칸이 많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은 기관명·종목·수량·평가액처럼 문서가 직접 보여 주는 항목이고, 오른쪽은 보유 목적·반대 포지션·분기 뒤 거래처럼 남는 질문이다. 이름은 보인다.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평가액 변화는 매매와 어떻게 구분하나
평가액은 ‘분기 말 수량×그날 가격’이다. 수량이 그대로여도 가격이 떨어지면 평가액은 감소한다. 반대로 새로 사지 않았는데 가격 상승만으로 보유액이 커질 수도 있다.
하버드대 기금 운용사의 같은 비트코인 ETF 행을 보자. 2025년 3분기 말부터 2026년 2분기 말까지 제출된 13F 네 건을 표본으로 삼고, 각 분기 기준일의 주식 수와 평가액을 직전 분기와 비교했다. 2026년 1분기 말 약 304만 주였던 수량은 2분기 말에도 같았다. 같은 기간 평가액은 약 1억1,700만 달러에서 1억140만 달러로 줄었다.
이 구간에서 확인된 것은 보유 주식 수 유지와 시가 하락이다. ‘추가 매도’라고 부르면 틀린다. 앞선 두 분기에 수량을 줄인 이유 역시 13F에는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손절’ 해석이 실패한다. 수량 감소는 확인할 수 있어도 취득 원가와 매도 목적, 다른 자산으로 옮긴 경로가 없으므로 손실을 확정하고 떠났다는 서사는 공시 범위를 벗어난다. 한 사례의 경로다.
큰 기관 이름은 전체 시장을 얼마나 대표하나
13F에 잡힌 몫은 ETF 전체와도 같지 않다. 2026년 6월 30일을 기준일로 삼아 미국 현물 ETF 전체와 13F 신고 기관의 비트코인 환산 수량을 같은 집계 기준으로 비교하면, 신고 기관 몫은 약 53만5,723개로 전체 약 121만1,322개의 44.2%였다. 나머지 55.8%는 개인과 신고 의무가 없는 소형 기관 등의 몫으로 분류된다.
절반 이상은 이름이 없다.
따라서 유명 은행 몇 곳의 잔고 변화로 ETF 보유자 전체의 판단을 대신 설명할 수 없다. 아래 구성도는 기관 공시에 포착되는 구역보다 포착되지 않는 구역이 더 컸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비교할 때는 분모를 고정해야 한다. 어떤 자료는 ETF가 보유한 코인 수량을 세고, 다른 자료는 운용자산 평가액이나 13F 신고액을 더한다. 단위가 다른 숫자는 곧바로 이어 붙일 수 없다.
수탁 지갑을 보면 기관의 의도까지 알 수 있나
온체인 기록은 비트코인이 어느 주소에서 다른 주소로 이동했는지 보여 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ETF와 고객의 코인이 한 수탁기관에 모이면 주소의 잔액만으로 최종 보유자를 나누기 어렵다. 내부 장부의 소유권 변경은 코인 이동 없이 일어날 수도 있다.
반대 경우도 있다. 수탁기관이 보안 관리 목적으로 주소를 바꾸면 큰 이동이 잡히지만 실질 소유자는 그대로일 수 있다. 이동과 매매는 같은 사건이 아니다.
아래 그림은 온체인에서 확인되는 거래 기록과 확인되지 않는 실소유자·거래 목적의 경계를 나눈다. 13F의 빈칸을 지갑 추적으로 모두 채울 수 없다는 뜻이다.
‘기관이 샀다’ 대신 어떤 문장을 남길까
공시에서 허용되는 동사는 좁다. 새로 신고했다. 수량을 늘렸다. 줄였다. 유지했다. 여기에 기준일과 직전 분기 비교를 붙이면 된다.
그다음은 질문으로 남겨야 한다. 현물인가 옵션인가. 고객 자산인가 자기 계정인가. 반대편 헤지가 있는가. 공시 뒤에도 잔고가 남았는가. 문서가 답하지 않으면 결론도 멈춘다.
13F는 쓸모없는 자료가 아니다. 같은 기관의 같은 ETF 행을 분기마다 이어 보면 잔고 변화는 재현할 수 있다. 다만 이 기록은 기관의 확신을 재는 설문지가 아니라 늦게 도착한 장부 사진에 가깝다.
남는 질문은 ETF 설정·환매 자료와 13F 잔고를 어떤 기준으로 맞춰 읽을 것인가다. 수탁, 자금 유출입, 분기 공시의 시차와 한계는 『비트코인의 모든것』 6장 ‘제도권의 문 — 현물 ETF와 13F’에서 이어서 확인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모든것』에서 이어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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