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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리플은 XRPL 원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을까

검증인 목록과 합의 문턱, 개정안 투표, 에스크로를 분리해 리플사가 XRPL에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살펴본다.

2026년 9월 11일 · 약 5분

『리플의 모든것』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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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의 모든것』

78쪽 · 12장 차례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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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사는 기본 신뢰 목록의 발행자이자 큰 XRP 보유 주체라서 영향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 지위만으로 이미 확정된 거래를 고치거나 개정안을 혼자 활성화할 수는 없다. 거래 확정·규칙 변경·검증인 목록·XRP 보유를 나눠야 회사가 관여하는 자리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자리를 가릴 수 있다.

‘리플의 통제’에는 서로 다른 장부가 겹쳐 있다

먼저 이름을 가른다. 리플사는 결제 관련 제품을 만들고 XRP를 보유한 회사다. XRPL은 여러 서버가 같은 거래 기록을 공유하는 공개 원장이며, XRP는 그 원장에서 수수료와 준비금, 자산 이동에 쓰이는 기본 자산이다.

주체가 다르다.

회사가 많은 XRP를 보유했다는 사실은 시장 공급에 영향을 줄 여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보유량만으로 원장의 거래 순서를 바꾸거나 다른 계정의 XRP를 옮길 권한이 생기지는 않는다. 반대로 공개 원장이 독립적으로 작동한다고 해서 회사의 제품 개발과 목록 발행, 보유 자산 관리에서 생기는 영향력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세 대상을 한데 부르면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아래 그림처럼 회사·원장·자산에 각각 선을 그어야 통제의 대상이 드러난다.

리플사·XRPL·XRP — 셋을 가르는 선
리플사·XRPL·XRP — 셋을 가르는 선

거래 하나는 누구의 동의로 확정되는가

XRPL에서는 채굴자가 블록을 만드는 대신 검증인들이 다음 원장에 넣을 거래 묶음을 제안하고 조정한다. 각 서버는 자신이 신뢰할 검증인의 명단인 UNL을 두며, 그 목록에서 요구되는 합의 문턱을 넘으면 새 원장을 검증된 상태로 받아들인다.

목록은 출발점이다. 투표는 별개다.

2026년 9월 9일 기준 XRPL 공식 문서에 적힌 프로토콜 규칙은 서버가 자기 UNL의 80% 이상 동의를 확인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과거 거래 표본에서 계산한 성공률이 아니라 원장 검증에 적용되는 문턱이다. 검증인은 후보 거래를 독립적으로 평가하며 목록 발행자가 각 표를 대신 행사하지 않는다.

가상의 UNL에 검증인이 35곳 있다면 80% 문턱을 채우려면 최소 28곳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예시는 목록 크기 35곳, 판정 기준 80%, 단일 합의 라운드를 조건으로 계산한 값이다. 한두 서버의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다.

비트코인과 XRPL은 같은 공용 장부 문제를 다른 절차로 푼다. 아래 그림은 채굴 경쟁과 신뢰 목록 기반 합의에서 거래가 확정되는 경로를 나란히 놓는다.

채굴 없는 합의 — 비트코인과 XRPL의 구조 비교
채굴 없는 합의 — 비트코인과 XRPL의 구조 비교

검증인이 반대하면 원장이 조작되는가

그렇지 않다. 검증인이 거래 묶음에 동의하지 않으면 먼저 생기는 결과는 해당 서버가 합의 문턱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틀린 거래가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멈춤이 생긴다.

앞선 35곳의 가상 목록에서 8곳이 반대하거나 응답하지 않으면 찬성 가능한 수는 27곳으로 줄어 28곳이라는 문턱에 닿지 못한다. 표본은 한 라운드의 검증인 35곳이며 판정 기준은 찬성 80% 이상이다. 이 계산이 보여 주는 사실은 확정 지연 가능성이다.

해석의 범위는 좁혀야 한다. 실제 네트워크의 안전성은 각 서버가 선택한 목록의 구성과 목록 사이의 겹침, 검증인 운영 주체의 독립성에도 좌우될 수 있다. 따라서 80%라는 숫자 하나만 보고 조작이 불가능하다거나 중앙 통제가 완전히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원장에서 직접 확인되는 것은 제출된 거래와 검증 결과, 확정된 장부 상태다. 누가 어떤 의도로 찬성했는지는 기록만으로 알 수 없다.

온체인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이동은 보이고 의도는 안 보인다
온체인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이동은 보이고 의도는 안 보인다

원장 규칙은 회사가 코드를 내놓으면 바로 바뀌는가

새 코드를 공개하는 일과 본망 규칙을 바꾸는 일도 다르다. XRPL의 기능 변경은 개정안으로 제안되며 검증인의 지지가 정해진 문턱을 일정 기간 유지해야 활성화된다.

시간표도 공개돼 있다.

2026년 9월 9일 공식 개정 절차를 기준으로 보면 찬성이 80%를 넘은 상태가 2주 동안 이어져야 하며, 도중에 문턱 아래로 내려가면 기간을 다시 센다. 이는 해당 시점의 프로토콜 규칙을 확인한 값이다. 리플사가 개발에 크게 기여하거나 개정안을 제안할 수는 있어도 제안 자체가 활성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2024년 12월 준비금 인하는 이 차이를 보여 준다. 당시 계정 기본 준비금은 검증인 투표 뒤 10 XRP에서 1 XRP로 낮아졌다. 항목별 준비금도 2 XRP에서 0.2 XRP로 조정됐다.

두 변화는 같은 시점의 원장 규칙에 반영됐다. 다만 준비금은 거래 수수료처럼 소각되는 금액이 아니라 계정과 항목을 유지하는 동안 묶이는 잔액이다. 규칙을 만든 주체, 찬성한 검증인, 실제 활성화 시점을 따로 기록해야 한다.

에스크로를 관리하면 합의도 지배하는가

리플사가 보유한 XRP와 에스크로에서 풀린 물량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회사의 자산 운용 문제다. 월별 해제 조건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된 물량 가운데 일부를 다시 에스크로에 넣거나 보유·이전하는 선택은 공급 해석에 영향을 준다.

그 영향은 실재한다.

그러나 에스크로에서 XRP가 풀리는 절차와 검증인들이 거래 묶음에 동의하는 절차는 같은 권한이 아니다. 회사가 많은 물량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확정된 원장을 되돌리거나 다른 검증인의 표를 행사할 수는 없다.

에스크로의 작동 — 월별 해제와 재예치
에스크로의 작동 — 월별 해제와 재예치

총발행량의 구성도 같은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2026년 9월 1일이라는 한 시점을 기준으로 유통 물량과 잠긴 물량을 나누면 공급의 위치는 확인할 수 있지만, 그 분포가 원장 합의의 표 분포를 대신 보여 주지는 않는다.

숫자의 종류가 다르다.

아래 그림은 총발행 1,000억 XRP를 유통과 잠금 상태로 분류한 스냅숏이다. 기준일은 2026년 9월 1일이며 단위는 XRP, 판정 기준은 해당 시점의 원장 및 에스크로 상태다.

총발행 1,000억 개의 구성 — 유통과 잠금 (2026년 9월 1일 기준)
총발행 1,000억 개의 구성 — 유통과 잠금 (2026년 9월 1일 기준)

중앙화라는 말 대신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첫째, 논쟁의 대상이 거래 확정인지 규칙 변경인지부터 정한다. 둘째, 서버가 사용하는 UNL과 그 안의 검증인 운영 주체를 확인한다. 셋째, 개정안이라면 찬성 비율과 2주 유지 여부를 본다. 보유량과 에스크로는 별도 장부에 적는다.

결론은 한쪽 구호보다 복잡하다. 리플사는 개발과 기본 목록 발행, XRP 보유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그 영향력은 이미 검증된 거래를 혼자 수정하거나 개정안을 단독 활성화하는 권한과 같지 않다.

빈틈도 남는다. 기본 목록을 실제 운영자들이 얼마나 그대로 채택하는지, 검증인 운영 주체가 현실에서 얼마나 독립적인지는 지속해서 확인해야 한다. 원장 구조만으로 사회적 영향력까지 모두 계산할 수는 없다.

남는 질문은 신뢰 목록의 구성이 바뀌었을 때 합의 안전성과 정지 가능성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다. UNL의 문턱과 개정안 투표, 준비금과 수수료 소각의 계산은 『리플의 모든것』 2장 ‘원장의 작동’에서 이어서 살펴볼 수 있다.

『리플의 모든것』에서 이어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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